도마뱀의 꼬리자르기도 필요하다.
오래전에 필리핀에 대학생들을 데리고 어학연수 인솔을 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연수원에는 도마뱀이 참 많았는데, 가까이 가서 살짝 잡으면, 도마뱀들은 위기의 때에 꼬리자르기를 하고 도망을 가곤 했다. 도마뱀의 입장에서 보면, 꼬리의 일부를 당분간 상실했을지언정 목숨은 건진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생명에 위협을 가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도마뱀이 저렇게 희생을 했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도마뱀은 꼬리를 상실해도, 시간이 지나면 꼬리가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꼬리를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도 대단한데, 꼬리가 다시 자라다니! 이것은 더 놀랍게 느껴졌다.
우리의 삶에서도 손절(孫絶 - 손해를 보면서라도 매도)이 필요하다. 익절(益絶 - 이익을 보면서 매도)이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짤라 내 버려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관건은 지금 나에게 없어서는 안될 것 처럼 보이는 그것이 일반 꼬리가 아닌 도마뱀의 꼬리일수도 있다는 것을 간파하는 것이다. 지금 자르고 생명을 구하고 나중에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그것! 주식 용어에 손절매(Loss Cut)와 같은 개념이다. 주식의 시세가 매입 가격보다 떨어지고 앞으로도 주식가격의 상승이 막막할 때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하듯이 오늘 나에게도 자를 꼬리가 여전히 붙어 있지 않나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식물과 과실을 재배할 때, 솎아내기/옆가지치기를 한다. 우량 식물과 과실을 위해 하는 과업이다. 전정(剪定)이라는 이 과정을 통해서 나무는 새로운 가지를 만들고 더 튼튼해 져서 오히려 더욱 강성해지게 된다. 10개의 과일이 달린 나무는 당분이 10개에 골고루 다 가게 되지만 9개를 전정하고 1개에 올인하면 과수의 크기와 당분은 최상품이 되게 된다. 이 전정 작업은 조경과 원예, 임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우리 삶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 곰곰히 생각해보자. 나에게 필요한 손절 리스트를 말이다. 오늘 아픔이지만 내일은 유익이 될 것이다.
- 김종춘 교수
[대한민국경제신문]